엄마가 밥을 사주시겠다고 했다.
그동안 수고 많았다고.
집 있고 차 있고 빚 없고 아들은 독립했고 건강만 하면 된다고.
아들의 경제적 독립이 신랑의 퇴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.
날은 덥고
해수욕장은 폐장했고
가까운 계곡에나 가보자.
평일 계곡은 어르신들의 아지트인가봉가.
그 속에서 우린 어린애였다.
응애.
잠깐 발만 담갔다 왔다.
신랑은 부동산 관련 책을 골랐고
나는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을 골랐다.
퇴사하겠습니다 /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
작가가 내 스타일.
아사히 신문사의 기자였고
신랑과 비슷한 나이에 퇴사를 결정했던 터라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.
미니멀리스트들의 책은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임에도 재밌다.
다시 한번 환기됨.
차 뒤에 도장 까진 거나 맡기러 가자.
엄마가 야매를 알려줬다.
엄마가 정성스레 그려준 지도에는 분명 나주곰탕을 지나서라고 했는데.
알고 보니 전주곰탕이었다는. ㅎ
차를 맡기고 곰탕집으로.
소머리 국밥을 처음 먹어본다.
쫀득한게 맛있었다.
차는 잘 나왔다.
동네에서 물어봤을 땐 50만 원이었는데 15만 원에 만족.
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동전통을 없애기 위해 나섰는데
입금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.
기계가 있는지 전화해 보고 가야 하고
자기네 지점에서 만든 통장이 아니면 입금 안 된다 하고 (같은 은행인데도)
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가야 하고
겨우 입금.
이젠 더 이상 없을 것 같아도 꾸준히 나온다.
같이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.
어릴 땐 신당동에 곧 잘 가곤 했었는데.
맛있게 먹었다.
스트레스 풀림.
설빙 처음.
이렇게 양이 많은 건 줄 모르고 커피까지 주문했다가 결국 커피는 테이크 아웃.
응답하라 비스켓 생각남.
전에는 대형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이젠 아껴야 해.
요즘은 체인점 카페만 찾는다.
그런데 1일 1카페.
아끼는거 맞아? ㅋ
지금은 여행 갈 마음이 아니고
집에만 있자니 리프레시하기엔 카페가 딱이라.
왜 궁상을 떠나며 가던데 가자고.
너무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라
이게 진짜 일어난 일인건지 현실감이 안 들고
30년 가까이 같은 패턴으로 살다가
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어쩔 줄 모르겠고.
지금이 굉장히 귀한 시간인 것임엔 틀림없기에
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만들려 애쓰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