혹은 죽음의 5단계라 불리는 과정을 겪고 있다.
1단계 놀람과 부정 : 사인했다고???
한 달이란 시간이 있는데 왜 벌써.
다음 날,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아니야 이건 꿈이야. 꿈일 거야.
2단계 분노 : 메일을 받지 않았고, 면담이 들어오지 않았고, 발령이 나지도 않았는데 왜?
정작 빌런들은 버티고 있는데 왜 당신이!!!
3단계 우울 : 일을 그만두기엔 아직 젊고 새로 시작하기엔 애매한 나이.
노후준비는 미비한데. 이제 우리 뭐 먹고살지?
4단계 타협 : 회사가 망하거나 우리가 아주 잘 되거나.
그래야 신랑의 결정이 옳은 판단이 되니까.
5단계 수용 : 남이사. 우리만 생각하자.
단계별로 겪다가
다시 역주행하다가
뒤죽박죽.
신랑 왈, 하루에도 몇 번씩 널을 뛰는 구만.
정작 본인은 평온.
평온해서 다행이긴 하다.
본인이 후회하거나 힘들어하면 미쳤을 텐데.
3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조금씩 감정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져 간다.
+ + +
나이를 먹으니
머리가 길면 촌스럽고
머리를 자르면 못생겨진다.
못생긴걸 선택.
이렇게 자르려면
좀 좋은데 가서 잘랐어야 하는데
옆 동네 할머니들이 파마하는 곳을 가서는.
왜 그랬을까.
나 : 파마끼 남은거 펴주세요.
원장 : 그냥 자르는게 나을 것 같은데.
결국 원장의 뜻대로 파마는 펴지 못했고
집에 와서 씻고 거울을 보니 머리가 구불구불.
드라이로 정리가 안 되고
심지어 오른쪽 길이가 더 김.
다시 가서는 파마 펴달라고 해서 결국 피고
오른쪽이 더 길다고 해서 다듬었는데
이번엔 왼쪽이 길어짐.
그 길로 나와
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장원으로 다시 가서
겨우 길이를 맞췄다.
하-
나 : 이렇게 잘라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됐어.
신랑 : 왜 사진의 얼굴은 지웠어?
나 : 차마...
꺄아-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
이후로 나는 신랑에게 동네이름+민지로 불리고 있다.
예를 들어 영등포라면 영등포민지.
신랑의 휴대폰에 나는 아직 수율효리로 입력돼 있다.
수유리에 살았었다.
ㅋㅋㅋㅋㅋㅋㅋㅋㅋ